A형간염, 감기몸살 인줄 알았더니…

건강관리 이야기

A형간염, 감기몸살 인줄 알았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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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통에 발열ㆍ식욕부진 증세 비슷

환자 2001년 이후 20배 이상 급증

20~30대 젊은층 발병률 크게 늘어

합병증땐 생명위협… 백신예방 가능


가수 김원준 씨는 최근 콘서트를 앞두고 a형 간염으로 입원해 하마터면 스케줄을 펑크낼 뻔했다. 김씨는 입원 당시 이미 열흘가량 고열과 목 통증 등의 증세를 심하게 겪고 있었다. 그럼에도 진작 입원하지 못한 것은 그런 증세를 그저 감기몸살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감염성 간질환인 a형 간염이 20, 30대 젊은 성인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a형 간염 발병건수가 2005년부터 3배씩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는 작년 이맘때보다도 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본부의 통계에 따르면, 2001년 105건이던 a형 간염이 2007년 2233건으로 무려 20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는 현재까지 1570여건으로 이미 작년 발병건수의 절반을 넘은 상태다.


대한의사협회와 일선 병원 등 의학계는 특히 40, 50대보다 20, 30대에서 발병률이 훨씬 높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대목동병원 소화기내과의 문일환 교수는 “a형 간염 내원환자가 꾸준히 늘고 있으며, 이들 대부분은 20, 30대로 40대는 일부였고 50대는 아예 없었다”고 전했다.


한양대 구리병원 소화기내과 손주현 교수는 “80년대생 젊은 층은 개선된 공중위생 환경에서 자라 a형 간염을 앓은 적이 없어 항체가 없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국내에서 a형 간염은 유.소아 필수 예방접종으로 지정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이들 사이에서 a형 간염 진단율과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 두통에 발열, 식욕부진…감기몸살로 착각하기 쉬워


a형 간염을 쉽게 간과하는 것은 흔히 감기몸살이나 위염과 증세가 매우 흡사하기 때문이다. 식욕부진, 오심, 구토, 설사, 발열, 두통 등을 수반하는 게 보통이다. a형 간염에 감염돼도 스스로 파악하기는 어렵다.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황달 증세까지 온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특이하게도 유.소아 시기에 감염되면 별다른 증상이 없거나 가벼운 배앓이 정도로 지나간다. 나이 들어 감염될수록 증세가 두드러지는 셈이다.


a형 간염은 감기몸살, 위염과 같은 증상이 1~2주일 지속되다 얼굴색이 노랗게 되는 황달 증세를 동반한다. 문일환 교수는 “평소 소변 색깔보다 훨씬 진한 콜라색 소변이 나온다면 이미 황달이 시작됐다는 증거”라며 “황달 자체는 통증이나 불편함이 없으나 사회 생활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누가 보균자? 부지불식간에 걸리고 옮기는 게 문제


a형 간염은 신체접촉으로도 전염되지만 식중독처럼 음식 섭취가 주된 감염경로다. 바이러스 보균자의 침과 대변에 오염된 음식과 물을 섭취할 경우 전염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가족, 동료 등 주변에 보균자가 있으면 식사를 따로 하거나 더욱 주의해야 한다.


하지만 감염자를 쉽게 알아볼 수 없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큰 걸림돌이다. 약 4주간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 잠복기가 있기 때문이다. a형 간염 바이러스는 이 잠복기 동안 간세포 속에서 왕성하게 증식을 거듭하며 쉽게 외부로 전파된다. 결국 자신도 모르게 감염되고, 또 남에게 전염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 황달 증세로 진전된 환자는 오히려 전염 가능성이 훨씬 떨어진다. “이때는 이미 간세포가 죽으며 바이러스도 같이 죽어가는 시기이기 때문”이라고 손주현 교수는 설명했다.


▶ 생명 위협할 수도, 백신으로 예방 가능


a형 간염은 감기처럼 뚜렷한 치료법이 나와 있지 않다. 95% 이상은 저절로 낫는다. b형 간염처럼 만성화할 우려도 없다. 문일환 교수는 “a형 간염의 치료는 신체 회복을 돕는 대증치료다. 간에 영양을 공급하는 간보조제와 수분을 공급하는 수액제를 쓴다”며 “이로써 간 염증 수치와 황달 수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 교수는 그러나 “만일 증상이 두드러지고 오래 지속되면 병이 더 오래갈 수 있으며 합병증을 주의해야 하므로 입원 치료를 권한다”며 “환자 중 0.1~0.5%는 간부전(간세포가 많이 죽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상태)을 동반한 전격성 간염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사망률이 90%에 달하며 신속히 간이식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경우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예방은 가능하다. 대한소아청소년과개원의사회는 “최근 어린이, 청소년의 a형 간염에 대한 항체 보유율이 10% 이하로 낮아져 감염 위험성이 더욱 증가하고 있다”며 “가족 중 한 명이 걸리면 다른 사람에게 쉽게 전파될 수 있어 가족 모두 백신 예방접종을 맞는 것이 좋다”고 권장하고 있다.


a형 간염 백신은 만 1세 이상이면 접종할 수 있고, 4주가 지나면 항체가 형성된다. 첫 접종 후 6개월 뒤 한 번 더 접종해야 한다. 의협에 따르면, 백신이 도입된 지 5년 정도밖에 안 돼 정확한 자료는 없지만 20년 이상 면역이 지속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백신을 맞을 수 없는 상황일 때는 면역 글로불린을 접종하면 3개월간 예방 효과가 있다.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85도에서 1분간 끓인 음식과 물은 바이러스가 죽기 때문에 안전하다. 화장실 사용 뒤 손을 깨끗이 씻는 것은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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